의문의 아재와 때밀이 준면이 썰
시골 깡촌에서 할모니랑 같이 사는 준면이. 부모님 이혼후에 어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재혼하시면서 할머니집으로 오게 됨. 준면이가 지적 능력이 쪼꼼! 아주 쪼꼼!! 부족한 아이인데 재혼하는데 흠이라 생각한 어머니가 할머니댁으로 보내버린 거지. 그게 준면이 열 살 때. 어렸을 때부터 할미~ 할미~ 하면서 할모니 뒤 졸졸졸 쫓아다닌 덕분에 준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만 있는 동네에서 부둥부둥 예쁨 받는 사랑둥이야. 준면이가 자라고 할머니도 연세가 많이 드셔서 예전처럼 준면이를 잘 돌봐주실 수가 없어. 언제까지고 할머니께서 돌봐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조금 모자라더라도 준면이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생활을 하는 법을 배워야하잖아. 준면이 할머니께서 알음알음 친척의 아는 분의 아는 분이 하신다는 작은 동네에 있는 게 신기한 목욕탕에 준면이를 취직(?)시킨 거야. 동네 목욕탕이라 크지도 않고 저녁에 마감할 때 욕탕 청소 하는 거 아니면 낮에는 청소 같은 거 하거나 간간히 있는 때 미는 손님들 빼고는 딱히 할 일도 없음. 손님들도 항상 보던 얼굴들이라 준면이도 금방 적응하고 열심히 일하는 중.
할미 고쟁이 같은 트렁크 하나 입구 남탕에서 일하는 준면이.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평일보다 사람이 좀 많아. 할배들이 등 좀 밀어달라구 하면 네에! 하고 달려가는 면이. 할배 등 밀어주고나서 잠시 쉬던 중. 할배가 고생했다면서 바나나우유 사주셔서 그거 쪽쪽 빨면서 티비 보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오는 거야. 어서오세여!! 하구 우렁차게 인사하는 준면이. 보통은 그러면 오야 준면이 고생헌다 하는 목소리가 돌아와야 하는데 묵묵부답. 평소랑 다르니까 빨대 쪽쪽 빨다가 ㅇㅅㅇ? 하고 출입구 봤더니 처음 보는 얼굴이야. 항상 쪼글쪼글 할부지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젊은 남자. 테레비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어~엄청 잘생겨서 준면이는 넋놓고 헤- 쳐다보고 있다가 옆에 있던 할배한테 해맑게 얘기해.
히히 할부지! 저 아재 때깔이 겁나게 곱다!
할부지들이랑 아재들은 그런 준면이 보면서 귀엽다고 껄껄 웃고 준면이는 여전히 싱글벙글~ 때깔 고운 아재는 준면이쪽 한 번 슥 보고 지나갈 뿐이야. 비어있는 락커 앞에 서서 옷을 벗는 남자. 까만 자켓도 벗고 하얀 와이셔츠도 벗는데 정말 탈의실에 있던 사람들 다 경악할 정도로 상체를 휘감은 용문신. 오른쪽 팔에서 머리가 시작해서 온몸을 뒤덮고 왼팔에서 꼬리가 끝남. 문신만 봐도 범상찮은게 느껴지니까 순식간에 분위기 싸해지는데. 준면이는 문신이란 걸 난생 처음 봐서 마냥 신기함.
할부지 저 아재 등 좀 봐봐. 비얌이 꿈틀꿈틀혀! 나 저거 만져보고 잡은디...
아재, 아재 내가 때 밀어주까요? 할부지들이 준면이 때 잘 민댔어. 응? 응?
용을 보고 뱀이라는 준면이 말에 다른 사람들이 놀라 말리기도 전에 호기심 대마왕 준면이는 이미 비얌에 정신을 뺏기고 때깔 고운 아재 옆에 가서 말 붙이기 바쁨. 다들 사색이 돼서 숨 죽이고 준면이만 쳐다보고 있는데 조꼬만 우리 준면이 얻어터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는 반대로 픽 웃으면서 준면이 머릴 쓰다듬어주는 때깔 고운 아재. 꼬마야 때 잘 밀어? 그럼 때 좀 밀어줄래? 서울말로 웃으면서 말하니까 준면이 얼굴 달아오르고 유리문 열고 탕으로 들어간 고운 아재 뒷모습만 뚫어져라 쳐다봄. 한참을 넋놓고 쳐다보다가 하는 말이...
할부지, 저 아재 연예인인갑다. 테레비서 나왔는가 물어보까?
고운 아재가 탕에서 몸 불리는 동안 유리문 앞 기웃기웃 하던 준면이. 엉덩이만 살짝 들썩해도 당장 세신실로 달려갈 기세였어. 드디어 고운 아재가 탕에서 나오고 아까 보니까 때밀이 같았던 준면이를 부르려고 했는데.... 준면이는 이미 세신실 앞에서 양손에 초록색 이태리 타올 끼고 히히 웃으면서 기다리고 있음.
아재! 언능 언능! 일로 업지믄 돼.
?
사투리 못 알아듣고 멀뚱히 서 있으니까 답답한 준면이가 직접 시범도 보여줌. 이케, 이케! 요로코롬 업지믄 된다니께요. 세신실 비닐 침대 위에 엎드렸다 일어나는 준면이. 고운 아재는 그제서야 아, 하고 영구 박 터지는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엎드림. 근데 엎드린지 3분은 지난 것 같은데 아무 느낌도 안 나는 거야. 뭔가 이상해서 감고 있던 눈 떴더니 때 밀 생각은 하지도 않고 눈 반짝이면서 문신 구경 중인 준면이. 그러다가 둘이 눈이 마주쳤는데 놀라지도 않고 때타올 낀 손으로 등 가르키면서 비얌 만져보고 잡은디... 하고 몸을 배배 꼬는 거야. 어이없는데 하얗고 쪼끄만게 그러니까 귀엽기도 하고. 만져도 돼. 하는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때타올 벗어던지고 문신을 만져보는 준면이. 처음엔 좀 무서운지 콕콕 찔러봤다가 검지로 문신을 쓸어봐. 등 위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손가락이 간지러웠던 고운 아재. 들썩들썩 몸을 움직이는데 그게 마치 용이 정말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왐마!!! 준면이 진짜 깜짝 놀래서 나동그라져가지구 ㅇ0ㅇ!!!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런 준면이가 마냥 귀여운 고운 아재.
놀라게 해서 미안. 근데 꼬마야 때 안 밀 거야? 아저씨 좀 바쁜데.
준면이 그제서야 아 마따! '0'!! 하면서 다시 때타올 장착하고 끙챠낑챠 때를 밀기 시작함. 아재 기럭지가 비얌마냥 길쭉길쭉해서 맨날 할부지들만 밀던 준면이에겐 조금 벅찼지만 그래도 쌕쌕 숨 몰아쉬면서 끝까지 때 미는데 성공! 아재가 수고했다면서 준면이 머리 쓰다듬어주고 세신실을 나감. 준면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때를 너무 열심히 밀어서 달아오른건지 아재가 칭찬해줘서 달아오른건지...ㅎㅎ 세신실 정리를 하고 나왔더니 그새 옷까지 다 입은 아재가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음. !! 뭔가 생각난듯한 준면이가 출입구로 향하던 아재를 불러. 아재! 테레비에 나오는 사람이에요? 뜬금없는 질문에 웃음을 터뜨린 아재가 아니. 다음에 보자, 꼬마야. 하고 남탕을 나가. 탈렌트가 아니란 소리에 시무룩해진 며니. '^' 그라믄 탈렌트들은 을매나 잘생겼다는 거시여?
그날 이후로 고운 아재는 목욕탕엘 오질 않았어 '^' 내심 기다렸던 준면이는 혼자서 기대하고 실망함.
그리고 몇 주 뒤. 점심시간 즈음 남탕에 찾아온 고운 아재. 평일 낮이라 사람도 없어서 준면이는 혼자 참방참방 물놀이 좀 하다가 나와서 바닥 청소중이었어. 밀대로 요기조기 쓱싹쓱싹 닦고 있었는데 딸랑, 하고 출입문에 달아놓은 방울이 울림. 어서오세여!! 오늘도 어김없이 우렁차게 인사하는 며니. 할부지나 아재들의 익숙한 목소리가 안 들려서 혹시나, 하고 기대에 차서 돌아본 면이. 비얌 아재! 함박웃음을 지은 면이가 밀대도 내팽겨치고 출입구로 달려감. 막 구두 벗던 아재는 고작 한 번 본 꼬맹이가 와서 치대니까 좀 얼떨떨. 물론 귀엽기야 했지만.
내가 맨날맨날 아재 기다리고 있었는디! 왜 인자 와요! '^'
미안, 꼬마야. 아저씨가 바빴어.
테레비에 나오까봐 맨날 테레비도 봤는디... 테레비에도 안 나오고... ;ㅅ;
아저씨 티비에 나오는 사람 아니야. 저번에 말했잖아.
글도 이적지 본 사람 중에서는 아재가 젤로 잘생겼는디요? 울 할미가 맨날 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탈렌트보담도 훠얼씬 더 잘생겼는디...
거침없이 쏟아지는 준면이 말에 조금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던 고운 아재는 헛기침을 두어번 큼큼 하더니 준면이에게 물었어.
꼬마야, 점심은 먹었어?
청소하니라고...
마침 타이밍 좋게도 준면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 창피했는지 발갛게 달아오른 볼. 그런 준면이를 보면서 웃음을 터뜨린 고운 아재는 핸드폰을 꺼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핸드폰을 탈의실 평상 위에 내려놓고 자켓을 벗어서 락커 안에 넣어놓음. 마른 거 보니까 잘 먹어야겠네. 나 잘 먹는디... '^' 저런 말을 여러 번 들었는지 꽁알대던 준면이는 평상에 내려놓은 아재 폰이 반짝반짝 하는 걸 보고 신기해 함. 할미도 핸드폰이 없을 뿐더러 주위에 핸드폰이 있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다들 피쳐폰이었으니까....ㅎㅎ 준면이가 스마트폰을 접할 기회란 게 없었지. 화면을 톡, 건드려 보는데 메시지가 와 있던 상태여가지고 화면이 켜진 거야. 우와아! 하면서 신기해하는 면이. 아재, 아재! 이거 봐! 못해도 열여섯은 돼 보이는데 고작 핸드폰 하나에 신기해 하는 준면이가 더 신기한 아재. 핸드폰 잠금을 풀어서 준면이한테 넘겨줘. 하지만 준면이가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을리가 없지. 멀뚱히 화면만 보고있는 준면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은 아재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밀면서 움직이는 걸 보여줘. 화면이 움직일 때마다 준면이 눈은 점점 커지고... 몇 번 더 보여줬을 때는 아재를 보는 눈이 마치 신을 보는 눈 같아짐.
우와아.... ㅇ0ㅇ...
이렇게, 움직이면 돼. 알겠어?
잉!
준면이의 또랑또랑한 눈빛에 쑥스러워진 아재. 이거 누르면 사진도 찍혀. 하고 카메라를 켜주고는 한발짝 떨어짐. (목욕탕에서 사진 찍으면 안됨미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이 없으니 이해 좀... ;ㅅ;) 화면에 준면이 다리가 잡히고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눌러보는 준면이. 셔터버튼을 제대로 눌러서 찰칵 소리가 나기도 하고 플래시만 켜졌다 꺼지기도 해. 그러다가 셀카모드로 바뀌는 버튼을 누른 준면이. 화면이 갑자기 바뀌고 얼굴이 뜨니까 깜짝 놀라. 엄마야! 핸드폰을 손에서 놓쳤다가 다시 가까이 가 봐. 화면에 빼꼼 나오는 준면이 얼굴. 자기 얼굴인 걸 확인한 준면이가 히히 웃어. 아재는 이 모든 상황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 핸드폰을 바닥에 둔 채로 화면을 꼭꼭 눌러보다가 또 셔터 버튼을 눌러서 의도치 않게 셀카도 찍게 됨. 물론 각도가 시망ㅋㅋㅋ
준면이가 한참 핸드폰 갖고 놀고 있을 때 딸랑, 방울이 울려. 어서오세여!! 반사적으로 인사하는 준면이. 되돌아와야 할 인사소리가 안 들려서 보니까 요 앞 중국집에서 배달하는 아저씨였어. 아재, 목욕하러 와브렀어요? 일할 시간인디? 준면이의 물음에 껄껄 웃은 배달맨 아저씨는 준면이가 짜장면 먹으려고 시킨 거냐며 철가방에서 그릇을 꺼내놓고 준면이는 짜장면을 보고 우와아~ 하면서 입맛을 다셔. 그 옆에 앉아 있던 고운 아재, 락커로 가더니 지갑을 꺼내와서 계산을 하려는데 고운 아재를 본 배달맨 아저씨가 깜짝 놀라더니 입구에 내려뒀던 짜장면 두그릇을 들고 평상까지 가져다주는 거야. 서, 선상님이 이런 것도 잡순다요... 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는데 고운 아재는 별 말 없이 얼맙니까 하고 묻고 값을 계산함. 거스름 돈을 걸러주려던 걸 됐다며 가보라는 말에 후다닥 배달맨 아저씨가 빠져나가고 탈의실엔 준면이, 고운 아재, 그리고 짜장면 두 그릇만 남음.
오물오물 야무지게 짜장면을 먹는 준면이. 준면이 생일이나 어린이날 같은 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 준면이는 신나서 짜장면 흡입! 젓가락질 못해서 입가에 다 묻히고 난리도 아님.
아재, 허버 맛있는디 우째 안 먹는대?
먹고 있어. 천천히 먹어, 누가 안 뺏어먹는다.
입가에 짜장소스 다 묻힌채로 히~ 웃은 준면이는 다시 그릇에 코박고 먹기 시작하고 아재는 여전히 젓가락만 쥔 채로 준면이 먹는 것만 보는 중. 처음 기세로는 그릇까지 싹싹 핥아 먹을 것 같더니만 절반 넘게 먹고 나니까 배가 부른지 점점 젓가락질이 느려지는 준면이.
더 먹지.
배때지 터지겄는디...
으잉잉 표정 지으면서 배 가리키는데 아까보다 좀 더 뽈록해지기는 했지만 사실 그게 그거ㅋ 그래도 자기가 사준 거 먹고 배 뽈록 나와있으니까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준면이 올챙이 배가 귀여운 아재. 웃으면서 준면이 머리 쓱쓱 쓰다듬어줌.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거 사줄게.